
세계가 잠들기 전에
오래전 전쟁으로 세계가 무너지기 시작하자, 연구원들은 언젠가 생명이 돌아오기를 바라며 다섯 개의 복원 캡슐 Reclaim을 남겼습니다. 사람이 사라진 뒤에도 캡슐은 긴 시간을 홀로 견뎌냈습니다.
Reclaisle · 이야기
오랜 잠에서 깨어난 비타 앞에는 낯설도록 푸른 세계가 펼쳐져 있습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풍경 곳곳에는 설명할 수 없는 오염과, 잊힌 시간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오래전 전쟁으로 세계가 무너지기 시작하자, 연구원들은 언젠가 생명이 돌아오기를 바라며 다섯 개의 복원 캡슐 Reclaim을 남겼습니다. 사람이 사라진 뒤에도 캡슐은 긴 시간을 홀로 견뎌냈습니다.

Isle 세포로 이루어진 Reclaim은 스스로를 돌보며 메마른 땅에 물을 만들었습니다. 다섯 캡슐 주변에 생명이 하나둘 모여들었고, 폐허를 덮은 숲과 함께 다섯 개의 오아시스가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긴 세월을 견딘 Reclaim에 작은 틈이 생기면서 Isle은 오아시스 너머까지 번져갔습니다. 생각하고 이야기할 힘을 주던 생명력은 점점 짙어졌고, 되살아난 자연과 동물들은 다시 균형을 잃기 시작했습니다.

흩어진 Isle을 되돌릴 누군가가 필요해지자 Reclaim은 먼 미래에 태어날 아이를 조금 일찍 깨웠습니다. 그렇게 열세 살 소녀 비타는 아무도 없는 캡슐 안에서 홀로 세상을 마주합니다.
비타는 말하는 법과 살아가는 방법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름을 갖는 일도, 누군가를 친구나 가족이라 부르는 마음도 아직 알지 못합니다.

처음 만난 두두는 낯선 비타를 피해 달아납니다. 비타는 뒤쫓아 붙잡는 대신 열매를 정화해 내려놓고, 두두가 스스로 다가올 때까지 가만히 기다립니다. 마침내 마음을 연 두두는 이름 없던 소녀를 ‘비타’라고 불러줍니다.

비타가 오아시스의 빛을 되찾을 때마다 굳게 닫혀 있던 마음도 조금씩 열립니다. 두두와 시작한 작은 걸음은 라쿠와 쿠로, 시루에게로 이어지고, 텅 비었던 마을에는 다시 따뜻한 기척이 머물기 시작합니다.

아직 오지 않은 자신의 시간을 기다리며 다시 잠들 것인지, 함께 걸어온 친구들과 이 세계의 오늘을 살아갈 것인지. 여정의 끝에서 비타는 처음으로 자신의 마음을 따라 선택합니다.